말씀하신 구절은 얼핏 보면 “정부 재정을 늘렸다니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당시 맥락을 이해하면 정반대 의미입니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겉으로는 대한 제국의 중앙정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일본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 기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1904년은 러일전쟁 시기였고, 일본은 이 틈을 타 대한 제국 내부로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었죠.

메가타(메가타 다네타로)는 일본 재무성이 파견한 인물로, 단순한 조언자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재정 실권자’였습니다. 그가 황실의 독자적인 재정(궁내부 예산)을 대폭 줄이고, 이를 정부 예산으로 전환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예산 통합’처럼 보이게 했지만, 실제로는 황제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줄을 끊고, 일본의 통제를 받는 예산 구조로 바꾼 것이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대한 제국 황실의 '쌈짓돈'을 뺏어다가 '일본이 감독하는 통장'에 넣은 셈이지요. 이런 방식으로 황실은 경제적 독립성을 잃고, 정부도 일본 재정고문을 통해 정책 결정에 일본의 영향력을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근대적 재정 개편'이 아니라 ‘식민 지배의 사전 정지 작업’이었습니다. 따라서 황실 재정을 줄이고 정부 재정을 확대했다는 표현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적 예속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셔야 맞습니다.